반다이 호비사업부 에가미 요시타카(江上嘉隆) 인터뷰
<MS IGLOO> 특집, 작례에 이어 반다이 호비사업부에서 'U.C.HARD GRAPH' 기획의 핵심을 맡는 기획 개발팀 매니저 에가미 요시타카 씨의 인터뷰를 싣는다.
요근래 건플라의 왕도인 모빌슈트로부터 초점을 옮긴 이례적인 시리즈, 더욱이 1/35라는 밀리터리 모델 표준 스케일로 스타트한 'U.C.HARD GRAPH'. 건플라 중에서 명백하게 이질적인 이 시리즈의 성립과 현재, 그리고 향후 전개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에가미 씨가 보는 'U.C.HARD GRAPH'의 미래 모습, 그 한 조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에는 'U.C.HARD GRAPH'에 깊은 관심을 가진 프로 모델러 야마다 타쿠지(山田卓司) 씨도 동석하여 스케일 모델러 시점에서 의견을 펼쳤다.
U.C.HARD GRAPH
DEVELOPER INTERVIEW
■'U.C.HARD GRAPH' 시작 경위
- 에가미 씨는 미디어에 그다지 등장하지 않으셨기에 잠시 소개를. 반다이에 언제 입사하셨는지요?
에가미 요시타카(이하 에): <기동전사 Z 건담> 하던 해('85년)에 입사해서 시즈오카 공장 디자인과에 배치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손대서 세상에 선보인 일이 <건담 ZZ> 시리즈의 패키지였습니다. 이후 10년 째 되던 해에 개발로 업무 변경, '폴리스톤 콜렉션' 등을 담당했습니다.
야마다 타쿠지(이하 야): 그 당시 전 <고지라> 일로 함께 일을 했었죠.
에: 그랬죠. 그 때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서 내 기획을 총괄하는 입장이라 직접 상품 기획을 담당할 기회는 적었는데, 'U.C.HARD GRAPH(이하 UCHG)'는 부서 내에 밀리터리 부분에 밝은 사람이 적기도 해서 제가 직접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 반다이는 일단은 스케일 모델에서 캐릭터 모델로 완전히 시프트했잖아요. 그런 상황이라 UCHG라는 기획에 놀랐습니다. 원래부터 스케일 모델은 좋아하셨는지요.
에: 예. 제가 어렸을 땐 <우주전함 야마토>가 하늘 날기 이전이라 스케일 모델 밖에 없었다는 점도 있지요. 하여간 전 하세가와의 비행기 쪽이었습니다. 값도 쌌고요.
야: 엇비슷한 세대라 저하고도 거의 같은 걸 봐왔겠어요.
- UCHG 기획 스타트는 2005년 무렵인데, 어째서 그 타이밍이었는지요. 역시나 건플라 유저가 성숙해졌다(나이 먹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까.
에: 예. 그 당시는 <SEED>가 현행 건담인 때였죠. 기성복을 사 입듯 상품을 그대로 만들기만 하는 고객이 다수였는데, 그거야 반다이의 상품 사양도 그런 방향이라 그랬지만 그래서야 누가 만들건 똑같아집니다. 그 대칭점이 있어도 괜찬잖겠는가. 이게 밀리터리 계열이라면, 예를 들어 순 녹색으로만 칠하고 웨더링만 해줘도 그럴 듯해질 텐데, 하고 말이죠. 손을 놀리고 머리를 굴려(원문은 工夫) 만들도록 하기 위한 소재를 선보이고 싶다는 게 이유의 하나. 또 하나는 캐릭터를 좀 어떻게 건드려보고 싶다는 게 있었습니다. 그 무렵에 <MS IGLOO>의 임팩트가 있었는데, 그런 방향이라면 옛날에 타미야 MM 시리즈 만들고 놀았을 어른들도 손대볼 만하다 싶어서 모형다운 방법론으로 캐릭터를 어프로치할 수 있겠거니 했죠. 그래서 UCHG에선 피겨가 주역이고 메카는 덤, 이라고 이야기한 겁니다.
- 처음부터 1/35 스케일로 가기로 정하셨던 겁니까.
에: 극초기 기획에선 1/48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결국은 메카가 중심이 되고 만다, 그래서 1/35로 전개하게 되었습니다.
야: 이번호에 제가 작례를 맡은 게 메가사이즈 1/48 건담인데, 그게 발매되면 UCHG도 1/48로 전개할 것인가, 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겠는데요.
에: UCHG를 1/35로 고정할 생각은 없어요.
- 그렇단 말입니까요!?
에: 예를 들어 'HGUC 자쿠 지상전 세트'엔 1/144 61식 전차가 들었는데, 요컨대 그걸 갖고 이리저리 해봐라 하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단 거죠. '머리 굴려 만들며 즐기기'의 제공이 UCHG의 노림수이며, 그런 요소가 있는 키트는 UCHG로 나와도 좋다고 봅니다.
야: 저도 스케일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UCHG적인 게 갖가지 스케일로 나오면 디오라마를 만드는 저로선 아주 고마울 따름이죠(웃음).
■디오라마의 가능성
- UCHG 제품에 베이스를 넣어주면 안 되겠는지요. '람바 랄 독립 유격대 세트' 처럼 피겨로 조합된 제품은 조립해서 진열하기가 여럽단 말이죠. 디오라마 베이스 자작이란 것도 아주 난감하고요.
에: 디오라마 베이스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리얼리티를 내려면 인젝션 성형으로는 한계가 있지요.
- 아니, 그러니까 옛날에 건담 정경 모형 시리즈 '1/250 람바 랄 특공'이나 '1/250 텍사스 공방' 처럼 단순한 거라도 좋다니깐요. 일단 세워놓을 곳이 있으면 하는데요. 거기다 색칠하건 나무를 심건 나머진 유저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말이죠...
에: 과연(웃음). 실은 디오라마 세트스러운 시제품도 만들어봤었죠(아래 사진 3,4).

- 이건 어떤 이유로, 어떤 분이 만든 것인지요?
에: AFV 디오라마 작가인 요시오카 카즈야(吉岡和哉) 씨가 만든 시제품입니다. 사우로페르타와 와파를 써서 제각각 구성해달라고 주문했었죠.
- 요시오카 씨는 본지 무크 <밀리터리 모델링 매뉴얼> 시리즈에서도 활약하는 유명 밀리터리 모델러이신데요.
에: 이렇게 스트레이트하게 올-인-원 디오라마 세트를 제품화하려고 기획까지 했는데, 아무래도 제조 코스트가 올라가니까 맘 편하게 제품화하긴 어렵죠.
야: 이게 제품화된다면 엄청나겠지만 양산화하긴 어렵죠.
에: 만약 실현할 수 있게 된다면 재질은 콜드캐스트가 될텐데, 그럴 경우엔 비용이 상당히 듭니다. 이런 재질 문제로 기획이 멈춘 상태가 현 상황입니다.
- 이정도로 한정된 공간에다 이만큼씩이나 요소를 집약시킬 수 있는 기술이, 역시나 디오라마 작가의 솜씨답네요. 이건 꼭 제품화 해주십사 합니다.
에: 시리즈 개시 당초부터 디오라마로도 즐겨주십사 하는 바람도 있었으니까, 어떤 형태가 될 진 모르지만 베이스가 딸린 키트라는 것은 염두에 두려고 합니다.
- 이번호에서 소개한 MG 유니콘 영상판 SP 키트에 든 전용 케이지 같은 것도 좋죠. 부록 피겨 외에도 정비병을 같이 놓거나 디테일업하고 싶어지거든요.
에: 그렇죠. 그런 즐기기를 할 수 있다면 어떤 건플라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1/48 건담도 부품과 가격을 낮춘 사양이라 도색과 개조로도 즐겨주셨으면 하고요.
- 아까 말씀하신 UCHG 콘셉트에서 '머리 굴려 만들며 즐기기'란 부분을 계속하겠습니다.
■UCHG, 우주로...?
- 올해로 건플라는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중력 전선>도 일단락했고, UCHG 라인업도 61식 전차 이후엔 별다른 전개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UCHG의 전개는 어찌 되는가 하는 방향성을 생각하고 계신지요.
에: 아직 각 방면으로부터 확인을 받지 않아서 상품화는 미정인데, 가능성 중 하나로 이 시제품을 봐주시죠(아래 사진1).
- 으악, 코어 파이터입니까?? 이거 1/35죠!?
에: 옛, 피겨도 갖고 왔습니다(아래 사진2).

- 샤아, 아무로에 세일라 양까지!! 이게 제품화되면 시리즈 이미지가 엄청 바뀌겠는데요!?
에: 실은 가장 초기 기획 구상에선 제1탄이 코어 파이터였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피겨가 짜투리가 되니깐, 피겨가 메인이라는 콘셉트에서 멀어진다는 점 때문에 제1탄은 와파로 했습니다. 애초의 이미지로는, 코어 파이터로 시작해서 지상물을 몇 가지 내고 마지막엔 탈출용 론치로 마무리한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죠.
야: UCHG로 우주물이 나오면 이런저런 신을 생각할 수 있겠네요. 코어 파이터라면 라스트의 건담 하반신에서 사출되는 신 같은 거 재밌겠는데요. 건담은 스크래치 빌드로 자작해야겠지만.
에: 여태까진 지상물 테마에 집중해왔지만, 앞으로는 지상에만 얽매이지 않고 '건담'의 SF적인 측면으로 어프로치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 기획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로와 세일라는 코어 파이터하고 세트, 샤아는 람바 랄 독립 유격대 세트에 딸린 자쿠 헤드를 개수해서 샤아 전용 자쿠 헤드로 바꾼 것하고 세트, 등등을 구상하고 있지요.
- 노멀 슈트 등은 확실히 현대의 우주복하곤 거리가 있군요. 밀리터리풍 흙먼지 냄새에서 SF적인 고찰로 시프트한다니 기대됩니다.
야: 그런데 코어 파이터는 1/35 스케일 치고는 의외로 작네요.
에: 류 호세이가 탈 수 있을런지(웃음). 이건 볼륨 검토용이라 디테일 등은 아직 임시인데, 만약 제품화 한다면 디테일은 죽어라고 덧붙여야겠죠. 노즐 주위는 그러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유저에게 맡겨야겠지만요.
- 이 시제품이 발표되면 건플라 팬들이 "코어 파이터가 나온다!!" 하면서 떠들썩할 것 같습니다. 지상물에 손대던 당시에는 유저들의 그런 반응에 상당히 짜증나셨다고...
에: 그랬죠. "피겨가 주역입니다!!!" 했을 당시엔 메카에만 너무 주목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앞으로도 피겨는 피겨대로 계속할 거고, 이번엔 극 중 피겨도 들어가니깐 일부러 "주역은 캐릭터입니다." 하고 말 안해도 괜찮을 겁니다.
야: 코어 파이터가 주역이라도 문제 없죠. 디테일업 하는 보람도 있을테니요.
- 확실히 정비병이나 캐터펄트도 같이 만들어 놓고 싶어지죠.
에: 그렇게 봐주신다면 기쁘죠. 이제부턴 UCHG라는 카테고리는 소중히 하면서 제품 자체의 얼개 뿐 아니라 각 제품을 보면서 "이렇게 해보고 싶다."고 여기게끔 할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UCHG라는 시리즈를 마구 주물러서 '미래'를 즐겨주시길.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UCHG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비저팬 2010년 3월호 P.44~4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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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예상하던 아이템이긴 한데, 이렇게 대놓고 예고하는 거 보면 시즈오카 호비 쇼 즈음해서 제품화 발표를 기대해도 좋겠죠.
- 인터뷰 말과 달리 시제 목업 보면 여전히 1/35, 그리고 피겨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사실, 이 시리즈는 '덤'인 1/35 메카들이 주역이자 이슈였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죠)
코어 파이터 정도라면 괜히 잔머리 굴리지 말고 당당하게 1/32나 1/48 에어로 플라모델로서 내는 것이 정도(正道)이겠습니다. 1/48로 내주면 메가사이즈 건담하고도 잘 매칭되겠죠.
- 처음부터 1/48이나 1/72로 전개했으면 얼마나 좋아요.
피겨만 따진다면 아무래도 첫 기획 당시 반다이식 색플라로 피겨는 1/35가 한계였지 싶기도 합니다. 어찌 됐건 그런 시리즈 정책이 이제 와선 되려 이 시리즈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현재 스케일 모형 쪽에선 1/48 피겨에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표정과 포즈를 넣을 수 있는 기술 수준이므로 반다이가 색플라 피겨를 포기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고 보이긴 합니다만.
- 어찌 됐건 2Ch 쪽에선 이 인터뷰 보고 "메인 캐릭터 내려는 꼴 보니 끝물 분위기."라는 반응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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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잠수'가 너무 길었습니다.
블로깅도 안 하다 보니 눈팅하며 잠수 타기가 습관 되고, 부모님은 꽤 편찮으셨고, 친척들도 말썽이고, 이런저런 영향으로 날짜는 밀렸으나마(출판사 여러분껜 너무나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타 극장판 웨폰즈 마지막 권/땅끄 모형 만들기 책/모에 전차 제3권(마무리 중) 번역했고, 그 와중에 DC 토갤에서 놀 짬은 있고, 모 '스케일 모형 개인 사이트'에선 자랑스런 국산 플라모델 메이커와 제품과 대가 분을 깠다고 짤리고, 연말 연초엔 중꿔 99식 땅끄 모형 갖고 이리저리 뜯어발기느라 건플라 잠시 때려쳤고, 자쿠 F2 나오니깐 다시 건플라도 만져봐야겠고, 파나소닉에선 LX4(or LX5) 발표 없어서 무지 실망했고, 하룻밤새 U턴 금지된 도로 때문에 습관대로 U턴했다 딱지 떼고, 흰머리는 곱배기로 늘었고...
그러고 있습니다.
잠수 그만 타야죠.
덧글
재밌는 번역글도 잘 읽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1/35 코어파이터 보자 마자 '저거 변형하나?' 부터 생각한 건...OTL;;;
(기어 격납부는 선택식이 되겠지만)
1/100 코어 파이터도 풀변형 되는 기준을 세워 놓은 반다이니 안 하면 욕 무지 먹을 듯합니다. 흐흐.
항상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유익한 글을 잘 읽어봅니다. 그나저나 정말 코어파이터를 에어로 킷처럼 낼 생각을 했군요. 놀라운 사람들.
1/48급 이상은 또 다른 영역이라 어떤 식으로 에어로화할지 궁금해집니다.
(표지는 갈수록 야해집니다^^)
역시 코아부스터 부대의 "첫끝발 후고생사"가 스토리여야...ㅎㅎ
(이글루 연동을 염두에 두고 말이죠)
일단 원판 코어 부스터나 MG로 좀 내줬으면 합니다. MG G아머에 마련해둔 프레임이 코어 파이터를를 의식한 건 분명해 보이니 말이죠.
아니면 빅토리때 예고한 코아파이터 확장세트가 사실은 빅토리 코아파이터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었다거나.....흐흐흐흐...
복귀 축하드립니다.
아예 집어칠 게 아니라면 이러진 말아야겠죠.
그런데 모에전차학교 3권도 만화를 보려면 책을 뒤집어야 하나요? (목 각도 180도 회전 !)
저도 편집 방향은 잘 모르지만 뒤집어 보기는 아무래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2권 이후부턴 만화 비중이 꽤 늘어났지만 원래 텍스트 기반이므로, 만화를 기준으로 우철로 간다는 것도 뒤집어 보기와 동일한 반발을 사게 될테니깐요. 만화를 반전할 수도 없고 말이죠. 뭐로 해도 욕먹는 상황에서 텍스트를 기준으로 삼는 게 그나마 가독성이 가장 좋은 타협점 같기도 합니다. 흔하진 않지만 이런 방식의 전례도 몇 있다고 하고요.
이전 건담 0088과 0100, 톱의 전설 등등은 잘 봤습니다.
새로 연재하고 계신 작품이 없는가 궁금하군요~
이름은 일단 '독도를 지켜라'가 되었는데, 더 좋은 제목이 있지 않았을까 고민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