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모델그래픽스 08년 4월호 MSV 특집 -1-1-

[번역] 모델그래픽스 08년 4월호 MSV 특집 -1-


GUNDAM CENTURY의 건담 메카닉스가 '무단'으로 MSV에 끼워 넣어진 점을 당시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구성,인터뷰,글/ 아사노 마사히코

다이토쿠 테츠오(大悳哲雄)/ 1954년생. '78년에 (주)미노리쇼보 입사. '80년 [월간OUT] 편집장 취임. '81년 [GUNDAM CENTURY-우주를 달리는 전사들] 편집. '88년 미노리쇼보를 퇴사한 뒤 '89년에 출판, 영상, 기획, 편집을 다루는 (주)키소우샤를 창립하여 대표이사가 된다. 현재도 많은 출판물이나 영상 작품 프로듀스 등을 제1선에서 다루는 현장 성향의 에디터.

 전 대학 프랑스문학과 출신이지만 문과계이면서도 사이언스를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해서 기술 서적 쪽 편집을 하고 싶어 했지만 이과계가 아니니 그 쪽 취직 시험은 역시 떨어졌죠. 그래서 "어쩔까나" 하며 생각하고 있던 차에 신문에서 '미노리쇼보'의 신규 모집 채용 광고를 찾아냈고 그래서 응모했더니 붙어 버렸습니다. 모집 단계에선 미노리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에로 극화 잡지나 오컬트 잡지 등을 발행하고 있던 상당히 특수한 출판사로... 음, 저희들 세대는 전공투 세대의 가장 끝자락이란 말이죠. 해서 학내 투쟁으로 엉망진창이라 수업을 거의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했으니 제대로 취직할 수 있는 사람이 그닥 있을 리 없고, 졸업한 뒤엔 전공투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묘한 노선을 향하던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세대 중 하나였으니 취직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포자기적이었달까, "이제 아무래도 좋아" 하는 식이었으니 미노리의 정체를 알고자 생각치도 않았던 거죠.
 그래서 입사 직후에 만화 잡지를 하나 맡아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상태인 채 '79년에 [월간OUT] 편집부로 배치되었고요. 단, 그 OUT이란 게 요즘으로 치자면 카운터 컬처 매거진 같은 성향의 잡지라 저하곤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달까, 아주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대학 시절의 학생 운동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달까요.

 그런 OUT이 [우주전함 야마토] 이후 어느 정도 애니메이션적인 걸 다루는 스타일이 되어 있었기에 OUT에 배치되었을 때 "진정 매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건담 중심으로 해야만 합니다!" 하고 제안했습니다. OUT으로 배치 되기 전에 '그 잠보트3의 토미노가 만드는 신작'이라는 점에 어느 정도 주목해서 - 그래도 그리 기대는 하지 않고 - 온 에어로 건담 제1화를 봤는데 그야말로 펄쩍 뛸 지경이었거든요. "...... 이런 아니메가 나왔단 말인가!" 하는 느낌.
 물론 OUT은 딱히 아니메 잡지는 아니었지만 서브 컬처의 한 장르로 애니메이션이란 걸 다뤘고 건담 특집으로 발행 부수가 늘어난 덕에 OUT의 편집 방침도 이해하게 되어 요령있게 '시대의 흐름'에 합치시킬 수 있었다고나 할까... 뭐, 어떤 종류의 우발적인 요소로 인한 성공이기도 하지만요.
 참고로 OUT지가 다루던 건담은 패러디나 평론 같은 걸 중심으로 하고 있었지만 그건 [아니메쥬]나 [디 아니메] 등을 정독본(正讀本)으로 치고 우리 쪽 잡지는 부독본(副讀本)이라 정의하는 편집 방침이었습니다.

 그런 OUT이 '건담이 너무나도 잘 먹힌다'는 이유로 증간이나 무크 같은 형태로 오소독스한 출판 기획서를 선라이즈(당시엔 일본선라이즈)에 제출했을 때, 선라이즈 쪽에서 "그 OUT이 이처럼 일반적인, 마치 대형 출판사처럼 무크를 만들겠다니 재밌겠는데요." 하는 식으로 답해 주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당시 선라이즈 담당자도 꽤나 큰맘 먹고 제안한 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서 "OUT의 정신성에 맞춰, 작품을 그대로 다루는 게 아니라 일단 우리들 스타일대로 해체해서 재구성하는 '아주 큼지막한 놀이'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건담이 엄청 떴으니 거기에 편승하면 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사이언스 픽션이 주체인 하드코어한 건담 세계 재구성 등)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분위기도 있었고...... 그런데 바로 그 때, 스튜디오누에(SF 작품 기획 제작 스튜디오)와 사이언스 라이터인 나가세 타타시 씨가 "괜찮다면 미노리쇼보에서 사이언스 방면으로 특화시킨 건담 책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는 의사를 타전해 왔고 "이건 하늘이 내리신 찬스!" 라고 여겨 [GUNDAM CENTURY] 기획을 완성시킨 겁니다. 타이밍적으론 그야말로 "왔다------(˚∀˚)------!!!!!!"였죠(웃음).

 해서, 사이언스적으로도 그렇지만 셀화 스틸을 한 장도 싣지 않는 걸 필두로 영상 작품 평론적인 부분이건, 성우의 연기론(배우론)적인 부분이건 어떤 벡터로도 이전에 없던 하드코어한 요소만 모은 무크가 되어 버렸고... 당연히 회사에선 반론도 있었지만 그만큼 래디컬한 제작에 철저한 느낌이었달까요.
 물론 엄청난 도박이긴 했지만 표지도 그 표지용 금속판 만드는 것만 해도 당시 가격으로 80만엔이나 들였습니다. 촬영 자체도 엄청 큰일이었죠. 금속판이라 빛이 마구 반사되는 겁니다. 때문에 은색이 좀처럼 나오질 않죠. 그래서 물을 끼얹거나 기름을 붓거나 이런저런 걸 했고... 하지만 '00년에 키소우샤에서 GUNDAM CENTURY를 복각했을 때엔 그 금속판을 촬영한 포지티브 필름을 찾질 못해서 할 수 없이 이미지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고대하시던 GUNDAM CENTURY의 건담 메카닉스 부분인데 - 오오카와라 씨가 GUNDAM CENTURY 이전에 그린 모빌슈트 바리에이션(이하 MSV)적인 일러스트 존재에 관해선 적어도 저는 일절 의식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스튜디오누에는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의 오오카와라 씨 일러스트는 어디까지나 '플라모델 채색이나 개조를 위한 지침' 같은 느낌이었고 GUNDAM CENTURY의 설정 제작하곤 기본적인 스타일이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뒤, GUNDAM CENTURY에서 창조한 건담 메카닉스 세계를 저희들한텐 전혀 연락도 주질 않고 그걸 그대로 MSV적인 세계에 통채로 끼워 넣어 버렸죠. 그에 대해선 "으음, 곤란한데......"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그건 '놀며 즐기는 가운데 창조한 리얼리티'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 상업 레벨로 세상에 발표해 버리면, 그런 2차 창작물을 토대로 한 3차 창작 세계가 생겨난다는 건 전혀 상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런 반작용을 보게 되니 "아아, 이건 좀 곤란하다"고나 했달까.
 그래도 그 당시 (GUNDAM CENTURY에서 창조한 건담 메카닉스 세계를 토대로) MSV 일러스트를 그린 사람이 건담의 오리지널 메카닉 디자이너인 오오카와라 씨였다는 점은 여러 의미로 컸습니다. 오오카와라 씨가 아니었다면 "... 하지 마!" 하는 그런 게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오오카와라 씨가 그렸으니 "그건 이제 어쩔 수 없구나" 그런 감상이 있었죠.
 좀 더 말해 보자면 오오카와라 씨가 그런 식으로 우리들 일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셔서, 말이 좀 이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인지'해 주셨으니 그건 이제 이러쿵저러쿵 해 봐야 결국 쓰잘데기 없구나....그런 인식이라 "우리들 발상을 훔쳤다~!"는 식의 네거티브한 감정이란 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그 이후의 노도와도 같은 MSV 시리즈 전개엔 역시 복잡한 기분이었죠. 코단샤나 호비저팬을 보며 "아아, 좀 더 잘 했어야 하나" 하고 말이죠. 역시 분한 기분은 적지 않이 있었으니까요. 주변 녀석들은 (플라스틱 키트화된) MSV를 사서 만들고 있었지만 역시나 저로선 "그걸 사면 지는 거다" 하는 기분은 있지 않겠습니까(쓴웃음).

 뭣보다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론 그다지 명확하게 의식하고 있진 않았다는 게 정직한 느낌이고... 역시 '편집자로서의 자신'이라는 입장이 먼저 나오기 마련라 "이후 나는 GUNDAM CENTURY를 뛰어 넘는 책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데 집착해 버렸던 겁니다. 한풀이(웃음)보다도 먼저 말이죠. "그로부터 27년을 거치며 그 동안에도 래디컬한 책 만들기에 전념해 여러 권 만들어 왔지만 그만큼 임팩트 있는 책을 나 자신은 그 이후 출판해 왔을까?" 하는 그런 거.
 당연하지만 편집자로서 앞으로도 그렇게 확 치우친 래디컬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야 많지만 그 책을 뛰어 넘는 건 좀처럼 만들 수 없겠죠. 물론 그건 작금의 판권원이 2차 창작물 출판을 쉽사리 허락해주지 않는다는 배경도 있겠지만, 그런 2차 창작을 하고 싶어하는 편집자와 그런 2차 창작을 바라는 독자라는 상업적 밸런스가 이미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델그래픽스 08년 4월호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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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URER™ | 2008/03/09 11:20 | ■ GUNDAM Talk | 트랙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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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ZAKURER™의 건.. at 2008/03/09 22:33

제목 : [번역] 모델그래픽스 08년 4월호 MSV 특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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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ark Side of.. at 2008/04/04 15:00

제목 : 우주세기와 SAC, 그 처음이자 마지막
어째 애증(특히 건담)에 가까운 심정이 되어버린 것도 꽤나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이 블로그에서 주축을 이루는 내용 중 둘인 기동전사 건담과 공각기동대 SAC... 그러나 정작 그 내용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적을 여태 갖추고 있지 않다가 얼마전 자쿠러님의 모델그래픽스 MSV 특집 소개를 보고 다시 생각나 드디어 구비하게 되었습니다. 리뉴얼판 "건담 센추리", 그리고 "공각기동대 1.5" 이죠. 건담 센추리의 탄생과......more

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8/03/09 11:25
결국 건담 센추리와 반다이 사이에는 자세한 의견 교감 같은 게 없이, 그냥 반다이가 건담 센추리 걸 가져다 쓴 거였단 말입니까. 어이구야...
Commented by 한컷의낭만 at 2008/03/09 11:26
음. 건담 센츄리가 저렇게 태어났군요. 오홀홀!!!! 재밌게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JOSH at 2008/03/09 11:45
"그걸 사면 지는 거다"
"그걸 사면 지는 거다"
...
..
.
Commented by ZAKURER™ at 2008/03/09 12:10
>功名誰復論님/ 옙, 덤으로 코단샤, 선라이즈 포함입니다.

>한컷의낭만님/ 보면 저 쪽도 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들 같아서, 누가 건담 책 만든다니까 건담 설정 스태프를 위시해서 업계의 그 쪽 성향 오타쿠들(스튜디오 누에)이 한데 뭉쳐 "우리 거 넣어 줘" 그렇게 되었다고 봐도 되려나요...

>JOSH님/ 아마도 지금도 이기고 있으려나요? 고기동형 Ver.2.0 같은 건 져 줘도 괜찮을 법 한데 말이죠^^;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3/09 12:56
역시 걸작(?)이 만들어질 때는 운이 크게 작용하여 필연으로 흘러가는 모양입니다. ^^;
Commented by ZAKURER™ at 2008/03/09 12:59
>glasmoon님/ 걸작이라기 보단 희대의 '괴작'이자 '문제작(!)'이겠죠? ^^;
Commented by 니트 at 2008/03/09 14:14
이런 일이 있었군요.. 재미있습니다.
Commented by ZECK-LE at 2008/03/09 17:44
결국 건담 센츄리, 아무리 생각해도 선라이즈든 출판사든 되는대로 생각하고 이 때니까 만든다...의 산물이군요.

암튼... 저거 사면 지는 겁니다. 지는 겁니다... 지는 겁... 지는....지.....
Commented by ZAKURER™ at 2008/03/10 11:09
>니트님/ 더 재밌는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MSV의 어두운 면이랄까, 아사노가 일부러 끄집어내 이슈화하려는, 그런 쪽에 가깝겠죠.

>ZECK-LE님/ 그렇긴 한데, 그냥 되는 대로라기 보단 나름대로의 확고한 원칙(=밀리터리 SF)을 갖고 한 작품을 재구성하였고, 흠잡을 게 딱히 없기에 이후 MSV에 그대로 계승(방법엔 문제가 좀 있지만) 되었다...가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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