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쿨? 2쿨? 쿨이 대체 뭔데? Book & Video

일본 아니메에 대한 감상 및 각종 글을 볼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
보통은 단독으로 쓰이기 보단 앞에 숫자가 붙어 1쿨, 2쿨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대체 이 쿨이란 무엇인가?
대충 때려맞추면, 아니메의 1쿨은 보통 12~13주인데 1년을 넷으로 나누면 13주X4이니 맞아떨어지고, 방송국은 보통 1년에 네 번 프로그램을 개편하니까 방송 개편 주기(분기)를 나타내는 단어라는 건 대개들 알고 있을 겁니다.
그야 그렇다치고, 그러면 쿨은 대체 어디서 온 단어인가?

해서 찾아보도록 하죠.
일본 아니메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니 일본에서 찾는 게 가장 빠르겠죠.
일단 한국에서 쿨이라 부르는 단어는 일본에선 クール.
그리하여 일본 위키 신께서 가라사대,
"クール란 3개월(13주)를 나타내며 1월~12월을 제1부터 제4까지 4クール로 나눈다. 1주 1회 방송이라면 그 기간 동안 방송된 횟수분(아니메는 13~14회, 드라마는 11~12회가 많다)을 가리킨다.
クール의 유래는 독일어 Kur 라는 설과 프랑스어 Cours 라는 설이 있다.
"
☞ 해당 원문

해서 이번엔 네이년에다 cours를 쳐봤더니 역시 네이년답게 바로 영어 위키 신께 인도하더군요. 그 분께선 왈,
"Cours는 프랑스 말인데, 일본에선 13편짜리 TV 방송 단위를 가리키지. 아니면 프랑스에선 널린 지명이야."
하십니다. 역시 ☞해당 원문.

프랑스어 cours의 뜻을 찾아보니 바로 영어의 course나 programme과 마찬가지.
'영어 초급자 코스(프로그램)' 할 때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프랑스어 cours는 강좌나 수업의 의미로도 많이 쓰이니 '정해진 사람이 모여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방식으로 하는 그 무엇이나 방식 그 자체' 라 봐도 되겠죠.
한편 독일어라는 Kur는...
- 수메르 신화의 괴물 용이라거나
- 피부 손질/관리의 손질/관리라거나
기타 등등 별로 유래스럽지 않은 것들만 뜨기에 일단 아니다 싶어 패스.

이제 일본 방송 및 아니메에서 쓰이는 クール(Cours)의 유래와 의미를 확실히 알 듯 합니다.
이로써 이만 마치ㅂ......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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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Cours라굽쇼? 그러면 표기법으론 '쿠르(꾸르)'인데요?
독일어로 잡아봐도 예전식 표기법으론 '쿠르', 요즘엔 '쿠어'일테고요.
和製英語라고 쳐도 쿠우루/쿠루가 되어야겠고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봐도 일제가 뻔한데 테츠로를 철이라고 개명만 해놓고 한국제라 우기는 각종 미디어의 작태를 참다 못한 선현들이 원판에 대한 한 없는 갈증을 해소하려 헤메이다 보따리 장사를 통해 일본 아니메 잡지나 관련 서적을 몰래몰래 들여와 정보를 퍼뜨리던 그 암흑 시기, 그 선현들은 그러한 서적 등의 자료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クール란 용어를 보고,
- 일단은 카타카나니까 외국어
- '쿠-르'로 적는 걸 보니 원래는 R이나 L로 끝날텐데...
- 에이, 쪽바리들! L 발음 안 되니까 저리 적었겠구먼
- 원래 어원은 cool이나 kool 비스무리 하겠지만 찾는 거 패스
- 쿠르가 맞더라도 발음이 쪽바리틱하니까 좀 그렇지
- 그러니까 어쨌건 '쿨'
뭐, 대충 이런 수순을 거쳤으리란 게 익히 짐작 갑니다.
해서, 아마도 원래 프랑스어였을 Cours는 クール로 바뀐 뒤, 단어 끝의 ル는 L인 경우가 많다는 경험에 따라 검증을 거치지 않고 쿨로 오역이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른 이유라면, type의 원 표기법은 '타이프'지만 '타입', concept의 원 표기법은 '콘셉트/컨셉트'지만 '콘셉/컨셉'으로 팍팍 줄여버리듯 '쿠르'로 적거나 발음하기 귀찮으니 '쿨'로 줄여버렸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좀 희박해 보이는 듯도.

그리하여, 어쨌건 오늘날 대다수는 아무 의심 없이 쿨로 쓰고 있습니다.

덧글

  • Hineo 2008/01/11 14:07 #

    ...왠지 원어는 '꾸르'란 느낌이 팍팍...(프랑스어라서 그런 생각이 난거냐!)

    아무튼 '진실'을 알아도 귀차니즘으로 쓰던거 계속 쓰자...라는 생각이 든 저였습니다.(맞는다)
  • 유월 2008/01/11 14:12 #

    오~ 저도 궁금했던 내용이었습니다.
  • 행인1 2008/01/11 14:26 #

    저도 궁금하던 내용이었는데...감사합니다.
  • 대건 2008/01/11 14:27 #

    저도 cool 이라고 생각했었어요. OTL...
    왜 저 단어가 13주를 뜻할까 궁금해 했던건 잠시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말이죠...
  • 한컷의낭만 2008/01/11 14:29 #

    웹에서는 쿨이라고 씁니다. 다들 그렇게 쓰니까요. 근데 직접 얼굴보고 대화할때는 분기라고 합니다. "아 그거 1분기짜리 작품인데 어쩌구 저쩌구~~" 회사생활하다보니 기타 다른 것들을 위해서라도 분기라고 하는게 이래저래 좋더군요. 쿨이라고 하면 하나도 못알아듣는 사람은 있어도 분기라고 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있더군요.
  • 니트 2008/01/11 14:30 #

    헤... 그랬군요... 역시 편견이나 타성은 오류를 범하기 쉽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
  • 산왕 2008/01/11 17:26 #

    별 의미없이 그냥 쓰는 말 아닐까 하고 있었습니다만; 대충 맞는 것 같군요(야;)
  • 충격 2008/01/11 19:03 #

    평소에 쿠르로 씁니다.
    (...다른 사람들 눈엔 잘못 쓰는 걸로 보였을지도_-)
  • 건담 2008/01/11 21:18 # 삭제

    뭐야 그럼 촌테레처럼 별루 의미가 없는거네요...
  • 다로기 2008/01/11 22:49 #

    오옷, 궁금했었는데!! 감사합니다/
  • 에바초호기 2008/01/11 23:52 #

    고마운 정보 잘 알았습니다.앞으로는 "쿠르"라고 써야 할듯 하네요.
    뭐..."도트"프린터라고 읽다가 웹페이지 이름 말할때는 "XXX 닷컴 입니다"라는 것도 있긴 하지요...
  • 두드리자 2008/01/12 00:07 # 삭제

    심오하군요. 쿨이 뭔가 했더니.
    저야 조금 궁금하면서도, 별로 알아보고 싶지 않아서(게으르니즘) 그냥 넘어간 문제입니다만, 끝까지 규명하셨군요.
  • 버섯돌이 2008/01/12 00:27 #

    근데 대체 일본에선 저 쿨단위를 쓰게 됬을까요? -_-;;
  • rgc83 2008/01/12 03:23 #

    어째서 프랑스어 Cours에서 유래한 말이라면서 '쿠르'가 아니라 '쿨'이라고 하는지 그 어원(?)이 가끔 궁금하곤 했는데 저런 이유 때문이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type=타입' 같은 경우는 표준어 자체가 그렇게 바뀐 경우인 것 같더군요. 좀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무슨무슨 형식이라는 의미(즉 일상적으로 쓰이는 의미)의 type는 '타입'으로, 인쇄용어/출판용어로서의 type는 '타이프'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눼이버 사전을 검색해봐도 대충 그런 식으로 정리되어 있고요. 뭐 언어란 시대에 따라 바뀌는 법이니...
    근데 'concept=컨셉'의 경우에는 표준어가 된 건지 아님 아직 아닌건지 잘 모르겠군요.
  • ZAKURER™ 2008/01/12 11:27 #

    >Hineo님/ 프랑스 라틴어 쪽은 ㅋ보단 ㄲ가 느낌이 확 오죠. :-)

    >유월님/행인1님/다로기님/ 오히려 읽어주시고 덧글까지 달아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죠.

    >대건님/ 저도 예전엔 cool이나 그 아류인 줄 알았답니다.

    >한컷의낭만님/ 가장 좋은 건 역시 분기처럼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를 쓰는 것이겠죠.
    뭐, "나는 이런 단어도 알고 쓰지" 그런 속셈으로 과시하려 쓰는, 일종의 업계 또는 오타쿠용 은어 비스무리하게 생각하시면 될 듯. :-)

    >니트님/ 그런데 언어란 게 원래 편견과 타성으로 이루어지니 골치 아프죠...
    결국은 유돌이가 결론이 될까요?

    >산왕님/ 사실 별 의미 없이 쓰는 말이 맞을 듯 합니다 :-)

    >충격님/ 충격님은 쿠르로 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알고 나서부터는 쿠르로 쓰는데, 사실 알아차리는 사람도 없는 듯 해요.

    >건담님/ 그렇죠. :-)

    에바초호기님/ 그냥 뭐가 되었건 하나로 확 통일시켰으면 좋겠더랍니다.
    어디선 뭐고 다른 경우엔 뭐고... 아주 개판이에요.

    >두드리자님/ 규명까지야.. 그냥 위키와 사전 한두 개 보고 적는 건데요..

    >버섯돌이님/ 음.. 일본 외래어/외국어 상당수가 친유럽 성향에다, 아마도 일본 방송 극초창기에 NHK의 간부 중 누가 "프랑스어로는 분기를 cours라 한다더만. 발음 멋지네" 해서 지나놓고 보니 업계 전체가 쓰게 되는 그런 식이 아닐지 ^^;

    >rgc83님/ 그래서 타이프를 '원 표기법'이라 한 거죠.
    요즘은 다 개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비원도 secret garden 머시기로 적겠다는 맹박 정부 세상이니 아예 한글표기 없애고 그냥 알파벳 그대로 적는 게 괜한 혼란 없애는 좋은 해법일지도요(시니컬).
  • 뚱띠이 2008/01/12 21:31 #

    그 옛날 '어절트 라이플'에 버금가는.....
  • ZAKURER™ 2008/01/13 00:11 #

    >뚱띠이님/ 뜨끔!
    그게 다 "아자루토 갸리안" 때문입니다! (단호히)
  • 잠본이 2008/01/13 21:17 #

    저는 예전에 궁금해서 좀 오래된 일한사전을 찾아봤더니 kur설을 지지하고 있어서 그건가보다 했는데 불어가 또 따로 있었군요.
    http://dic.yahoo.co.jp/dsearch?enc=UTF-8&p=%E3%81%8F%E3%83%BC%E3%82%8B&dtype=0&stype=1&dname=0ss
    찾아보니 산세이도의 일어사전에서도 cours설을 지지하는 모양입니다.
  • 잠본이 2008/01/13 21:19 #

    http://plaza.rakuten.co.jp/kurumimochi/diary/200411250000/
    섬나라에도 이 문제로 고민했던 중생이 있었던 듯. =)
  • dorachu 2008/01/13 22:39 #

    그러고보니 分期도 일본어에서 온 말이니... 쿠르가 되었건 분기가 되었건, 근세기 이후 일본어는 우리말에 있어서 새로운 어휘의 공급원 역할을 참으로 톡톡히도 해내고 있습니다, 그려. ^^
  • dorachu 2008/01/13 22:43 #

    참고로 중국어로는 季度. (사실 단순히 分에 期를 붙여서 分期라고 하는 것보다 季자를 써서 조어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한데... 당시 일본사람들은 季자까지는 안 떠올랐던듯. ^^;)
  • ZAKURER™ 2008/01/14 14:56 #

    >잠본이님/ 그 중생도 같은 고민을 했군요.^^
    그나저나 그 결론이 "독어사전이 필요해"란 건...OTL

    >dorachu님/ 사실 일본이 가장 자랑스러워할만한 것도 그걸 겁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엔 극동 아시아 문화의 본거지는 바로 일본."
    - 어원인 cours 자체가 계절의 의미 없이 '특정 기간, 관련된 그 무엇'을 가리킨다고 보면 季처럼 기간을 임의로 고정시키는 단어가 빠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싶기도 합니다. 처음 cours를 처음 번역하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지도요.
  • dorachu 2008/01/14 21:05 #

    음...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근데 중국어에는 이미 分期란 말이 있기 때문에, (중국어에서 分期는 한자 그대로 기간을 나눠서란 뜻, 예를 들어서 '분할납부'를 分期付款이라고 함) 그냥 손쉽게 일역 한자어를 갖다쓰지 못하고 별도로 季度란 말을 만들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건 또 혹시 season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말이 아닐까도... ^^;)
  • RenaLove 2008/01/15 02:09 # 삭제

    쿠르의 어원이라.. 신선한 포스트였습니다.
    몰랐던 지식이었는데 알게 되니 좋네요.
    아무래도 유럽어니까 쿠르보다는 꾸르쪽이 원발음에는 가깝겠죠 ㅎㅎ;;
  • 젝리 2008/01/17 02:56 # 삭제

    그냥 속 편안하게 일본 업계에서만 쓰는 특수용어로 정리하심이....
  • ZAKURER™ 2008/01/19 14:04 #

    >Dorachu님/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든 사람만이 알겠지만요 :-)

    >RenaLove님/ 라틴 쪽 어감을 살리려면 꾸르가 좋겠죠. 표준표기법은 아니지만요.

    >잭리님/ 그러기엔 국내의 아니메 유저들에게 너무 널리 퍼져버렸죠...
  • 재미난 2013/04/08 20:43 # 삭제

    글쓴분의 어원 탐구는 유익했으나.. 진짜 처음 그렇게 사용하기 시작한 오타쿠들은 역시 별 분별력 없는 사람들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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