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1일
'건담'에 빠진 일본 공무원들

☞ 건담에 빠진 일본 공무원들 딱 걸렸다
오늘자 좃선일보에 위와 같은 기사가 떴습니다. 형식적으론 AP통신 인용.
일단 자극적인 제목이며 내용도 그 못지 않게 재밌습니다. 보통 이 기사만 보고나면
"에이, 쪽바리들, 국가 전체가 오타쿠 판이로군 ㅋㅋㅋ"
할 정도의 소감 밖에 안 들텐데요.
하지만 기자가 조금 더 찾아봤다면 더욱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이 되었을 겁니다.
☞ 총무성이나 문부성도 Wikipedia를 편집하고 있었다 (일어)
귀찮아서 일본 ITmedia의 지난 8월자 기사만 인용, 요약하자면
- 지난 8월 IP 어드레스로 위키페디아를 편집한 조직이나 기업의 작성처를 찾아낼 수 있는 Wiki Scanner 일본어판이 등장.
- 이 툴로 일본 정부 부처 IP를 입력하여 조사해봤더니
- 총무성은 전자투표 관련 10회 이상 +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푸른 늑대와 하얀 사슴>
- 문부성은 탈세 스캔들 관련 + 문부성 산하 홍보 사이트를 '충실하다'고 자화자찬
- 후생노동성은 약물 관련 + 야게임 <일곱빛깔★드롭스>
- 궁내청은 천황가 및 역사 관련. 의혹을 적은 항목을 삭제하기도
- 농림수산성은 '건담 관련'으로 '대량'의 편집...
- 위키페디아는 "자기 자신에 관해선 다른 이용자에게 집필을 맡길 것을 바란다"고 가이드 라인에 명시
로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겠지만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위키페디아에 개입하여 정부와 관련된 각종 민간 정보를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고 암시하는 기사입니다.
이 해프닝의 본질은 아마도 '국가 및 거대 조직의 개입으로 인한 정보 통제'가 되겠죠. 하지만 번역된 토픽 기사에선 그런 본질적인 내용이 쏙 빠졌을테고, AP통신 원문까진 찾아보진 않았지만 해외토픽용으로 나갔다면 희화화했을 확률이 높으니 받아적기만 한 좃선일보도 뭐랄 순 없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맨 위 링크 기사처럼 풍자 일러스트까지 그릴 여유라면 저처럼 관련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찾아 보다 좋은 기사로 만들려 하는 게 기자 된 도리로 바람직할 겁니다. 조사라고 해봐야 '건담' '농림수산성'을 힌트 삼아 21세기 한국 일간지 기자의 필수 스킬인 블로그 순례와 구글링으로 일본 뉴스를 찾아다니면 되니 발품이나 시간 걸릴 것도 아니잖아요. :-)
덧: 좀 더 찾아보니 아마도 좃선 기사의 원문일 기사 발견
http://ayu.excite.co.jp/News/odd/00081191719974.html (도쿄발 AP통신 일어 기사)
기사 내용이야 좃선보다는 좀 더 상세하지만 대동소이하고.. 그나마 실리는 데 3일이나 걸렸죠.
좃선에서 3일이나 지나서 기사를 실은 건 아마도 외신면의 남는 공간 땜빵용으로 자극적인 걸 찾아 집어넣었을 법 한데, AP통신 정식 인용기사가 아니란 점도 그렇고, 그게 하필 건담이란 점에선 좃선 기자도 구글링으로 건담 뒤지다 찾아낸 게 아닐까... 즉, 좃선 기자도 건오타가 아닐까 하는 혐의가 조금 들긴 들죠.
덧2: 중징계받은 이 불쌍한(?) 건오타 일본 후생노동성 공무원은 ITmedia의 캡처에 따르면 카츠 하윈, 카이 시덴, 올 레인지 공격, 엔도라, 오라력, 오라 배틀러 등의 항목을 비롯하여 로봇물 관련으로 지난 3년 간 약 260여 회 편집한 것이겠군요. <성전사 단바인>까지 건드린 걸 보면 단순 건빠(건오타)라기보단 80년대 리얼로봇물 팬에다 토미노빠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죠.
하여간 한 명의 희생 덕분에 보다 정확한 위키페디아 건담 관련 내용을 즐기게 된 점엔 무한한 감사를 :-)
# by ZAKURER™ | 2007/10/11 09:44 | ■ Chit-Chat | 트랙백(2) | 덧글(22)











